필자는 보통 한국어 웹에서는 비성애(무성애; asexuality)에 대해 검색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득 검색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네이버에서 "무성애"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았다. 가장 최근 기사를 읽었는데 그 기사는 경향신문의 기사였다.[1]
기사를 읽은 감상을 간단히 말하자면 "불쾌"였다.
기사를 쓴 기자가 직접 지은 제목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은 비성애를 제4의 성이라 했다. 우선 비성애는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가 아닌데 제4의 성이라 하니 매우 불쾌했다. 아니 이 점에 대해서라면 다른 성 소수자들도 불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그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그렇게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제목을 붙여야 했나 싶었다.
기사는 jTBC의 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허지웅씨가 언급하였기 때문에 비성애가 알려졌고 그래서 "무성애자"가 잠시 인기 키워드가 되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물론 허지웅씨 덕분에 많은 비성애자(무성애자; asexual)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성애자(allosexual)에게 비성애가 알려진 것은 아니다.
허지웅씨가 사용한 단어는 "무성욕자"로 실제로 존재하는 개념이지만 비성애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오히려 "무성욕"이란 표현 자체는 비성애에 대해 이해할 때 방해가 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단어를 비성애와 동일시한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필자는 비슷한 오해가 많음을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 블로그 포스팅은 성애와 성욕을 동일시하였다. [2] 이런 블로그는 차라리 유성애자 입장에서 비전문가가 작성한 것이 확실함이 빤히 보여 괜찮다. 하지만 의외로 권위를 가질 수 있는 언론이 그런 오해를 그대로 여과 없이 반영하여 작성하는 것은 썩 좋지 않다.[3]
마지막으로 기사는 비성애가 치료되어야 하는 병인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 하필이면 "정신분석적 갈등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한 저의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현재 정신분석적 문제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4] DSM-5에서 언급하는 성욕 관련 사항들과 비성애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사실 이 점은 다시 성욕(sexual desire)과 성애가 다르다는 사실로 돌아간다. 필자는 기사를 읽으며 두 개념을 혼동하여 비성애를 무성욕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와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하자면 필자가 위에 링크를 건 기사는 성욕과 성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무성욕"과 "무성애"를 동의어라고 생각하고[5] 쓴 별 도움 안 되는 기사이다.
주석
[1] 기사를 읽고 싶으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271703235&code=900303 이 곳으로 가기 바란다.
[2] 필자는 블로그 자체에 시비를 걸 생각도 없고 이 포스팅 자체에는 화가 나지 않았다. 단순히 오해의 예시를 들기 위해 링크를 걸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3] 필자는 언급한 기사를 읽으며 기사 참 쉽게 쓴다고 생각했다.
[4] 작성하면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은 하나 필자는 DSM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일단 이렇게 표현한다. DSM에 대한 공부를 한 후에 추가 포스팅을 할 예정임을 밝힌다.
[5] 있어 보여서 혹은 "성욕"이란 단어가 너무 노골적이라고 생각해서 "무성애"라는 단어를 쓴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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