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블로그에서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이는 성적 끌림(sexual attraction)이란 단어 대신에 성적 매력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구분하여 생각하고 있는데 필자는 반드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1. 사전적 의미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사전적 의미가 실제 생활에서의 의미와 같지 않은 사실 자체를 문제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과 연애 지향(romantic orientation)이 다른 경우가 있으니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유성애자들은 상호작용 과정에서 성적 매력 자체를 느끼는 것과 사랑을 느끼는 것을 쉽게 구분해내지 못한다. 성소수자야 자기 자신에 대한 일이니 관심을 갖고 자세히 구분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관심이 있다 할지라도 성다수자가 두 단어가 다르게 쓰임을 보고 그 상세한 정보까지 찾아내려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지나치게 어렵다고 생각하고 거부감을 갖는 일이 없으면 다행일 것이다.
2. 성적 매력을 아는 것과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필자는 어떤 것을 소위 '섹시하다'고 일컫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왜 그것이 섹시한지 물어보면 답할 수 없다. 어떠한 경우에 섹시하다고 하는지 학습되어 섹시한 것을 아는 것이지 그것을 느껴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비성애자(무성애자; asexual)가 말하는 핵심 요소에 가깝다. (핵심 요소 그 자체는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후에 다룰 일이 있을 것이다.)
3. 일반 언중이 많이 사용하는 표현과 거리가 있다.
성소수자 관련 지식과 표현들은 대부분 수입된 것이다. 따라서 어느 표현을 쓰든 어색할 수 있고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기본적으로 성에 대해 더 관대한 관점을 지닌 사회에서 관련 지식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꼭 성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지식들은 대부분 더 관심을 갖는 지역에서 발전했다. 그러니 단어의 기원이 우리말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두 언어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영어와 우리말은 아주 다르다. 단어 형성 방식이나 문법 외에도 단어 자체가 가질 수 있는 의미가 다르다. 그런데 그 표현들을 무분별하게 아주 단순한 해석만 거쳐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일반 대중의 언어와 괴리가 생기게 된다.) 이 점은 자신의 성적 지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정보 이해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점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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