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 칼럼을 읽게 되었다. 이 칼럼을 읽은 다른 비성애자의 관점은 소개하지 않도록 하겠다. (필자는 어떤 무성애자든 소개할 칼럼을 보고 불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칼럼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혹시 모르니 주소도 직접 붙인다.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34823
우선 이 글에서만큼은 비성애라는 단어 대신 무성애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임을 미리 밝힌다. 이 글은 칼럼에 반박하기 위해 쓰는 글임 또한 밝힌다.
1. 무성애는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필자가 이전에 쓴 글을 참고하면 무성애는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성적 끌림을 감정과 연결된 성욕으로 인식하고는 있으나 이것 또한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페티시스트(fetishist)도 무성애자일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극단화하긴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사람이 무성애자인지 아닌지를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성적 끌림이라는 것이다.2. 어떤 사람이 성욕저하증이라 하고 그것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일상 생활에서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DSM-V도 읽어 보았으나 그럼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논하기에 필자는 아직 적절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세한 이야기는 의사들끼리 하기 바란다.3. 내담자 J씨는 일반적인 무성애자의 양상을 보이지 않는다.
무성애자는 자신에 대해 "이젠"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굉장히 꺼린다. 첫째, 무성애라는 것을 고칠 수 있음을 시사할 수 있는 표현이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둘째, 대부분의 경우 성적 지향은 변동적이지 않다."이젠"이라는 표현은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변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앞으로 변할 가능성을 포함한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알려져 있다시피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거부하다시피) 동성애는 고칠 수 없다. 실제로 성적 지향이 변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나 이것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이질적인 경우이고 치료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무성애자들은 무성애에 대해 오해할만한 표현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현재 무성애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무성히 많은 오해도 많이 불러 일으키는 개념이다. 그래서 한 무성애자의 말이 악영향을 끼치기 쉽다. 이걸 국가관의 개념에 대입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대입해보자면 외국인을 대할 때 우리나라의 인상을 신경쓰며 조심하는 것과 흡사하다.
4. 내담자 J씨만의 사례를 가지고 무성애를 이해하기에는 무성애가 너무 광범위한 개념이다.
실제로 내담자 J씨가 무성애자라 할지라도 세상에는 무성애자가 아주 많고 무성애라는 것이 정말 유효한 개념인지에 대한 논의도 학술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유효한 개념이라고 결론일 날 것 같다.) 그러한 무성애를 한 사람의 경우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 싶다. (물론 필자의 글도 논리적 오류로 점철되어 있기는 하다.)5. 1983년의 연구에서 무성애자에 대해 한 조사는 정말 유효한 것이 아닐 수 있다.
현재도 무성애라는 개념을 알지 못해 자신을 무성애자로 정체화하지 못하는 무성애자가 다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무성애라는 것이 (다른 문제를 동반했든 않았든) 지배적인 문제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사람에 대해 무성애자들의 단체조차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구한 것이 과연 유효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심지어 무성애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된 게 1980년도이다.)6. 일반적인 연애 관계에서 성관계는 중요한 요소일 뿐이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많은 연구에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업로드할 글에서 포함하도록 하겠다.) 성적 욕구(sexual desire)와 애정은 별개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성관계가 과연 깊은 관계에서 필수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7. 무성애자라고 해서 다 성기능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대한 설명은 다시 무성애가 무엇인지로 회귀한다. 무성애는 감정적인 문제에 가까운 것이지 신체적인 문제로 인한 것은 아니다.필자는 소개한 칼럼이 성애규범적(sexual-normative) 관점에서 쓰인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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